사
랑
을
담
고
있
는
전
설
Legend
Containing Love

엄지공주
[Thumbelina]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던 한 부인에게
그 소원을 들은 요정이 꽃 한 송이를 건넸습니다.
그 꽃의 봉우리에서 태어난 소녀는 엄지손가락만큼
작고 귀여워서 엄지공주라 불렸습니다.
엄지공주는 기구한 운명으로 두꺼비, 풍뎅이에게 납치당하고
버림받았다가 두더지와 강제로 결혼하게 될 위험에 처했다가,
그녀를 사랑한 제비의 도움으로 남쪽 나라로 가게 되어
그곳에서 요정 왕자를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알라딘과 쟈스민
[Aladdin and Jasmine]
소년 알라딘은 어느 날 마법의 램프를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램프를 손에 얻으려는 마법사에게 속아넘어가 죽을 뻔 했다가
마법사의 반지 안에 있던 마신을 이용하여 살아남았습니다.
재치로 마법사의 반지와 마신의 램프를 둘 다 얻게 된 알라딘은
램프안의 마신에게 소원을 빌어 눈 깜짝할 사이에 엄청난 부자가 되고,
술탄의 외동딸 쟈스민과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질투심에 불타오른 마법사는 알라딘이 없는 틈을 타
쟈스민과 그의 궁전을 아프리카로 옮겨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술탄의 노여움을 산
알라딘은 처형될 위기에 처해지나 그를 향한 민중의 지지에 목숨을 건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알라딘은 아프리카로 떠나 공주를 구해냈고 마법사는 처형당했습니다.
그리고 알라딘은 공주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춘향전
[Chun Yang]
옛날 어느 고을에 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몽룡은 광한루에서 그네를 타던 퇴기 월매의 딸 성춘향을 보고 반해버렸습니다.
둘은 사랑에 빠져 백년가약을 맺었지만 몽룡이 한양으로 떠나며 둘은 생이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 신임 사또 변학도가 부임하여 아름다운 춘향이를 보고 수청을 들라 명을 하지만,
춘향이는 몽룡을 기다리며 이를 거부해 사또의 노여움을 사고 옥살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양에서 장원급제를 한 몽룡은 암행어사가 되어 호남 지방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변사또의 생일날 암행어사 출두를 외치며 사또를 파직시키고 춘향이를 구해내었고,
재회한 이몽룡과 성춘향은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합니다.

미녀와 야수
[Beauty and the Beast]
어느 아름다운 성에 살고 있던 왕자는 저주에 걸려 야수의 모습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21살 생일이 되어 생명의 장미꽃이 모두 시들기 전 진실한 사랑을 찾는 것.
어느 날 마을 최고의 미녀인 벨의 아버지는 길을 잘 못 들어 야수에게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벨은 야수에게 아버지를 풀어주면 자신이 대신 남겠다 약속하고 성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벨은 야수와 함께 성 안에서 살아가며, 때론 위기에 빠진 벨을 야수가 구해주며
야수와 벨은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홀로 계실 아버지를 걱정하는 벨을 보며 야수는 그녀를 아버지 곁으로 보내주었습니다.
벨이 마을에 돌아가자 그녀를 좋아하던 개스통이란 잘생기고 삐뚤어진 청년이
벨의 아버지를 인질로 잡고 자신과 결혼해주면 아버지를 놓아주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그리고 개스통은 야수를 없애자며 마을 사람들을 선동해 성으로 쳐들어갔습니다.
개스통과의 싸움에서 야수는 큰 부상을 입고 죽어갔습니다.
마지막 순간, 벨의 진실한 사랑고백으로
야수는 저주가 풀리고 왕자로 돌아왔습니다.

해바라기
[Sunflower]
그리디는 연못의 요정이었습니다.
동이 트기 전까지만 지상에 있을 수 있다는 규율을 어기고 동생과 함께
놀러나갔다 태양의 마차를 이끄는 아폴론을 보고 그만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리디는 동생도 아폴론을 사랑하는 것을 눈치채고 혼자만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바다의 신에게 달려가 동생이 규율을 어겼다고 일러 동생을 감옥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아폴론은 그리디를 가까이하지 않았으며, 그리디는 아폴론을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그만 그 자리에서 그대로 해바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도 해바라기는 아폴론이 이끄는 태양을 바라보며
그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달맞이꽃
[Evening primrose]
어느 호숫가에 별을 사랑하는 요정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중 한 요정은 달님을 너무나도 사랑해 눈을 떼지 못하였고,
다른 요정들이 별자리전설에 대해 얘기할 때도 홀로 달만을 바라보았습니다.
달을 너무 사랑한 요정은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별들이 다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 그러면 내가 사랑하는 달님이 밤하늘을 독차지 할 텐데...”
하늘에서 그 말을 들은 제우스는 화가 나 요정을 달도 별도 없는 곳으로 추방시켜버렸습니다.
이 사실을 눈치 챈 달의 신은 요정을 찾아헤맸지만 구름과 비가 쫓아다녀 끝내 찾을 수가 없었고,
추방된 요정은 달님을 하염없이 기다리다 애타는 마음에 지쳐 쓰러져 꽃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리하여 달이 뜨는 저녁에만 피었다가 아침이 되면 시들어버리는 달맞이꽃은
기다림, 말없는 사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푸케의 동화 운디네
[Undine by Fouque's Story]
"내가 그이를 눈물로 죽였어요!"
운디네는 물의 정령으로 아무런 근심걱정없이
즐겁게 살 수 있었지만, 죽으면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야 했습니다.
이를 걱정한 운디네의 삼촌 퀼레보른은 그녀를 호숫가에 사는 어부의 딸과 바꿔치기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어부 내외의 사랑 속에서 아름다운 처녀가 된 운디네는 어느 날 길을 잃고
호숫가에 오게 된 젊고 늠름한 기사 훌트브란트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훌트브란트는 운디네에게 빠져 본디 결혼하기로 했던
숲 너머 도시 영주의 딸 베르탈다도 잊어버리고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운디네는 인간과의 사랑으로 인해 마침내 영혼을 얻었으나 연인을 기만하고 싶지 않아 그에게
자신이 인간이 아님을 밝혔습니다. 운디네가 정령이라도 괜찮다는 그의 대답에 운디네는
큰 행복을 느꼈고, 부디 자신을 물 옆에서 모욕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한편 영주의 딸 베르탈다는 훌트브란트가 자신을 저버리고 운디네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했습니다. 그래도 일단 베르탈다는 운디네와 친하게 지냈지만,
훌트브란트를 잊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자신이 사실은 어렸을 때 운디네와 바꿔치기
당한 어부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되자 절망하고 운명이 뒤바뀐 운디네를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종국에는 훌트브란트마저 서서히 운디네에게서 마음이 떠나 베르탈다에게로 기울었고,
이를 보다 못한 운디네의 삼촌 퀼레보른은 훌트브란트와 베르탈다를 괴롭혔습니다.
어느 날, 퀼레보른의 괴롭힘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훌트브란트가
강 위에서 운디네를 모욕했습니다. 그가 물 옆에서 자신을 모욕하지 않기로 했던 약속을 어기자
운디네는 슬퍼하며 자연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하루아침에 아내를 잃어버린 훌트브란트는
실의에 빠진 것도 잠시, 얼마 가지 않아 베르탈다와 재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운디네를 두고 재혼하는 훌트브란트의 행동은 자연의 법칙을 어기는 것.
슬픈 운디네는 어쩔 수 없이 홀트브란트의 결혼식 날 그를 찾아갔습니다.
그녀는 비탄에 잠긴 채 그에게 키스하고, 그의 눈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훌트브란트의 목숨을 거두었습니다.

설녀
[Snow Lady]
눈 내리는 어느 깊은 산 속에
남자의 심장을 먹고 사는 얼음과도 같이 차가운 설녀가 있었습니다.
설녀는 길 잃은 남자에게 접근해 더 헤메게해 얼어죽게 만든 뒤 남자의 심장을 먹었었는데,
그 날도 어김없이 한 남자가 길을 헤메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에게 접근했습니다.
설녀는 그 남자 또한 차가운 설산을 헤매며 얼어죽게 만들려고 했지만,
남자는 설녀에게 옷가지를 벗어주고 춥지 않은지 몸상태를 묻는 등 무척 따뜻하게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남자의 친절함에 반한 설녀가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자
그만 그 따뜻함에 녹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공무도하가
[公無渡河歌]
어느 마을에 자고란 어부가 새벽 일찍이
일어나 나루터에서 배를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난데없이 머리가 새하얗게 센 미치광이 한 사람이
머리를 풀어헤친 채 술병을 끼고 강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그 늙은이의 아내가 쫓아오면서 남편을 부르며 말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늙은이는 깊은 물속으로 휩쓸려 들어가 기어코 물에 빠져 죽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들고 오던 공후를 끌어 잡아 타면서 <공무도하>의 노래를 지어 불렀습니다.
비탄에 잠긴 그 노랫소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구슬펐습니다.
노래를 마치자 그 아내는 스스로 몸을 물에 던졌습니다.
자고는 집에 돌아와 아내인 여옥에게 자기가 본 사실을 이야기하고
또한 자신이 들었던 그 노래의 사설과 소리를 아내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남편의 이야기를 들은 여옥은 눈물을 흘리며, 공후를 끌어안고 그 노래를 다시 한 번
불러 보았습니다. 그 노래를 듣는 사람이면 누구나 눈물을 금할 수 없어 울음을 터뜨리고는
했는데, 여옥은 이웃에 살고 있는 친구 여용에게 이 노래를 가르쳐 주고,
또한 노래 이름을 〈공후인〉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백사전
[Legend of the White Snake]
중국 항주의 뇌봉탑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7백여 년 전, 흰색의 뱀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인
백낭자로 변해서 서호에 내려왔습니다.
백낭자는 소나기를 만나 버드나무 아래 머물게 되는데,
버드나무 그늘 아래에서 허선이라는 남자를 만났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비를 피하던 것이 인연이 되어 서로
사랑하게 된 둘은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결혼 후 몇 가지 불가사의한 일들이 생기자
이를 의심한 스님 법해는 백낭자의 정체를 밝혀냈습니다.
허선은 그녀가 뱀임에도 받아들이려 하지만, 법해는 백낭자를
뇌봉탑에 가두어 둘을 영원히 갈라두었습니다.
뇌봉탑이 완성된 후, 법해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뇌봉탑이 무너지고 서호의 물이 마르면 백사가 이 세상에 나타날 것이다."

나르키소스의 나르시즘
[Narcissism of Narcissus]
나르키소스는 용모가 매우 아름다운 테스피아이의 미소년으로
동성과 이성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과 님프로부터 구애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도도하고 차가워 사랑할 줄 몰랐고, 나르키소스에게 거절당해
자결한 이도 있었습니다.
나르키소스에게 사랑을 거절당한 이들 가운데 하나가 나르키소스도 똑같은
사랑의 고통을 겪게 해달라고 빌자,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가 이를 들어 주었습니다.
어느 날, 헬리콘 산에서 사냥을 하던 나르키소스는 목이 말라 연못으로 다가갔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보고 그만 사랑에 빠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아름다운 사람은 바로 연못에 비친 자기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나르키소스는 그 곳에서 한 발짝도 떠나질 못하고
몇날 몇일을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 바라보다가 그만 탈진하여 죽고 말았습니다.
그가 죽은 자리에는 시신 대신 한송이 꽃이 남아있었는데,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따서
나르키소스(수선화)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와 사랑에 빠진 자기애를
또한 나르시즘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Pygmalion and Galatea]
피그말리온은 독신으로 살기로 결심한 조각가였습니다.
현실의 여성에게는 결점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했는데, 작품은 너무나도 완벽해
살아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정교하고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피그말리온은 날마다 아름다운 조각상을 보며 감탄하며
차가운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는 조각상을 연인으로 생각하여 틈만 나면 어루만지며
때로는 바닷가에서 조개껍질을 주워 선물했으며, 예쁜 꽃을 한아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멋진 옷을 입혀 주고, 손가락에 금반지를 끼워 주고,
목에 금목걸이를 걸어 주기도 했습니다. 밤이 되면 피그말리온은 그녀를 눕혀
팔베개를 해주며 정답게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나 열릴 듯한 그녀의 입술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고, 살결은 차디찬 상아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프로디테를 위한 축제가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신전에 온갖 제물을 바치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피그말리온도 정성껏 마련한 제물을 드리고 여신께 이렇게 간절하게 기도했다.
“여신이여, 바라건대 저 상아 처녀를 제 아내가 되게 하소서.”
집으로 돌아온 피그말리온은 여느 때처럼 조각상에 다가가 볼에 키스를 했습니다.
그런데 차가웠던 살결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
깜짝 놀라 눈을 들어 얼굴을 바라보니 여인의 양 볼이 수줍은 듯 빨갛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피그말리온의 간절한 기도가 아프로디테 여신의 마음을 움직여 소원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여신의 축복 속에 피그말리온은 인간이 된 여인 갈라테이아와 부부로 맺어졌습니다.
갈라테이아는 인간이 되었습니다.
독자적인 사고와 감정을 갖고, 언젠가는 젊음이 주는 아름다움을 상실하게 될
갈라테이아를 과연 피그말리온은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요?

백목련
[Yulan]
사람과 신의 사랑이 가능하던 옛날,
어느 한 나라의 임금에게는 외동딸인 공주가 있었습니다.
공주는 백옥처럼 아름다운 얼굴과 몸을 가진데다 마음씨도 고왔다고 합니다.
젊은 청년들은 모두 남몰래 공주를 사모했으며 그녀와의 사랑을 이루고 싶어하였으나
공주는 이미 북쪽 바다의 사나운 신을 사모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공주는 결국 자신의 사랑을 만나기 위해 왕국을 빠져나와
먼 북쪽 바다로 길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공주가 천신만고 끝에 찾아간 북쪽 바다의 신은
이미 혼인을 한 상태였고, 이룰 수 없는 사랑임을 깨달은 공주는 그대로 바닷 물결이 춤추는
북쪽 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습니다. 사랑스러운 공주를 죽음을 알게 된 바다의 신은
자신의 혼인에 대해서 환멸을 느껴, 아내에게 극약을 먹여 목숨을 앗아 공주의 곁에 묻었습니다.
후에 공주의 무덤에서는 살아 생전에 공주의 모습과 같이 희고 아름다운 꽃이 한송이 피었는데
그 꽃을 사람들은 백목련이라 불렀습니다.

나르키소스와 에코
[Narcissus and Echo]
에코는 아름답고 수다를 떨기 좋아하던 님프였습니다.
어느날 제우스가 님프들을 희롱하며 어울려 논다는 것을 들은 제우스의 아내 헤라는
남편을 찾으러 나섰습니다. 그것을 본 에코는 친구들이 헤라의 분노를 받을 것이 두려워
다른 님프들이 달아나도록 헤라의 옆에 붙어 수다를 떨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이를 알아챈 헤라는 에코에게 저주를 내렸습니다.
'남이 말한 뒤에 말할 수는 있으나, 남보다 먼저 말할수는 없을 것이다.'
에코는 그 후로 다른 사람이 하는 말만을 따라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에코는 아름다운 나르키소스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고백하려 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그의 뒷말밖에 따라할 수 없었습니다.
사냥을 나와 동료를 부르는 나르키소스의 소리에 에코는 모습을 드러내고 그를 껴안았습니다.
나르키소스는 질색하며 몸을 뒤로 빼 경멸을 퍼부으며 에코를 떠나버렸습니다.
"손 치워, 차라리 죽어 버리겠다. 너 같은 것이 뭐, 안아 주세요?"
"안아 주세요."
에코는 그만 너무 창피하고 슬퍼 동굴 속으로 숨어들어가
아무것도 먹질 못하고 시름에 겨워 나날이 여위어가다 마침내
마지막 살한점과 뼛조각까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에코가 사라진 자리엔 목소리만 남아 산 속에 메아리로 울려퍼졌습니다.
오만한 나르키소스는 후에 연못에 비친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저주를 받아
자신의 모습이 비친 연못가를 떠나질 못하다 그만 여위어 죽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산 속에는 가엾은 에코의 목소리만이 남아 떠돌고 있습니다.
"안아주세요"

비블리스
[Biblis]
"제발 나를 사랑해줘요"
카우노스와 비블리스는 쌍둥이남매였습니다.
비블리스는 친오빠 카우노스를 사랑하여 마음을 애태웠으나,
카우노스는 받아줄 수 없는 사랑에 깊게 탄식하며 그대로 곁을 떠나
모습을 감춰 영원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블리스는 사라져버린 오빠를 애타게 찾아
평생 온 세상을 헤맸지만 살아있는 동안 다시는 만날 수 없었습니다.
슬픔에 무너져내린 비블리스는 쓰러진 그 자리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비블리스의 고통스러운 탄식은 식지 않는 쇠와 같이 심장을 불태웠고
몇 날 며칠을 끝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은 온 몸을 녹여버렸습니다.
그 안타까운 모습을 본 요정들은 그녀를 마르지않는 샘이 되게 하였고
그렇게 하얗고 슬픔에 잠긴 비블리스 샘이 생겼습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Orphee et Eurydice]
음유시인 오르페우스는 요정 에우리디케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습니다.
어느날, 에우리디케는 자신에게 첫눈에 반해 쫓아오는 아리스타타이오스를
피해 도망가다 그만 독사에게 발목이 물려 죽고 말았습니다.
에우리디케를 잃고 절망에 빠진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그녀를 되찾아 오기 위해 지하세계로 내려갔습니다.
저승으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스틱스 강의 뱃사공 카론은 살아있는
오르페우스를 태워주지 않았습니다. 오르페우스가 리라를 꺼내들어 연주하자,
아름다운 선율에 취한 카론은 그가 스틱스 강을 건너게 허락해 주었습니다.
저승의 입구를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괴물 케르베로스 또한 아름다운 연주에
길을 비켜주었습니다. 저승의 신 하데스와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도
그 소리에 감동받아 에우리디케를 데려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단, 절대로 이승의 땅을 밟기 전까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
그러나 오르페우스가 초조한 마음에 이승의 땅을 밟기 직전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자 에우리디케는 저승으로 다시 끌려가 버렸습니다.
그 후로 오르페우스는 다시는 리라를 연주하지 않았고 슬픔에 잠겨 연주해달라는
여자들을 무시하여 돌보지 않았습니다. 결국 트라키아 여인들의 원한을 산 오르페우스는
죽임을 당하여 시체는 산산조각이 나서 리라와 함께 강물에 던져졌습니다.

셀키
[Selkie]
셀키는 스코틀랜드 전설에 등장하는 바다표범의 요정입니다.
평소에는 바다표범의 모습을 하고 있다가 뭍으로 올라오면 가죽을 벗고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고 하며, 자신의 가죽을 잃어버린 셀키는
바다표범의 모습으로 다시 되돌아 갈 수 없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어느 인간 남자는 셀키의 가죽을 숨겨버리고
바다로 도망치지 못한 그녀를 아내로 맞이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남자에게
구속되어버린 셀키는 남자의 아이도 낳고 그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듯 하지만
종종 멍하니 고개를 돌려 그리워하는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담과 이브
[Adam and Eve]
신이 영혼의 숨결을 불어넣자
흙을 빚어 만들어진 인간은 생명을 얻었습니다.
주변에는 동물들이 있었으나 인간에게 어울리는 짝은 없었으므로
신은 그를 깊이 잠들게 하고 갈빗대를 하나 뽑아 그와 닮은 형상의 여자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최초의 남자 아담과 최초의 여자 이브의 탄생입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낙원 에덴에서 두 사람은 그곳을 돌보라는
신의 명에 따르며 부족함 하나 없이 원하는 모든 것을 누리며 살았습니다.
에덴의 모든 과일은 그들의 것이었으나 단 하나, 선악의 나무에서 열리는 과일만은 예외였습니다.
신은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의 나무에서 열리는 과일을 먹으면 죽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느 날 간악한 뱀이 이브에게 다가와 금지된 과일을 먹어도 죽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그 과일을 먹으면 신처럼 될 수 있어서 인간이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자,
솔깃해진 이브는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의 과일을 따먹고 말았습니다.
둘은 과일을 나눠먹었고 그 때부터 갑자기 그들은
자신들의 벌거벗은 태초의 몸에 수치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워져 무화과 잎으로 몸을 가리고 신을 피해 숨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신은 왜 그 과일을 먹었느냐고 아담과 이브에게 물었습니다.
아담은 이브가 주었다고 변명을, 이브는 뱀이 유혹했다고 변명을 했습니다.
신은 뱀에게 저주를 내렸습니다.
배로 땅바닥을 기어다니다가 인간의 발에 짓밟힐 운명을.
신은 이브에게 저주를 내렸습니다.
아이를 낳는 고통과 남편에게 순종해야하는 굴레를.
신은 아담에게 저주를 내렸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일해 먹고 살아야 하는 업보를.
그리고 아담과 이브는 낙원 에덴에서
영원히 추방당했습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Tristan und Isolde]
비극적인 운명에도 불구하고 증오 대신 사랑을 키운 연인,
기사 트리스탄과 왕녀인 금발의 이졸데.
왕녀 금발의 이졸데는 원치 않는 결혼식을 위해 콘웰로 향하는 배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독약을 마시려던 금발의 이졸데는 하녀의 실수로 뒤바뀐 사랑의 묘약을 마시게 되어
기사 트리스탄과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운명의 장난 같은 사건으로 인해
둘의 사랑은 불타올라, 금발의 이졸데의 결혼 후에도 밀회를 거듭하다
결국 그들은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3년 후 사랑의 묘약은 효력이 떨어져버렸고,
트리스탄은 마음이 식어버린 금발의 이졸데를 궁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러나 트리스탄은 이미 사랑의 묘약이 아닌 진정한 사랑에 빠져있던 상태였습니다.
결국 그녀를 그리워하던 트리스탄은 이름이 같은 흰 손의 이졸데와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흰 손의 이졸데의 질투로 인해 트리스탄은 금발의 이졸데와의 재회를 방해받고,
큰 상실감에 빠져 그만 죽고말았고 금발의 이졸데 또한 슬픔에 묻혀 그를 뒤따라갔습니다.
그들의 사랑을 인정한 마크 왕은 둘을 함께 묻어주었습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무덤에서 자라난 나무줄기들은 서로 뒤엉켜,
마침내 아무도 그들을 갈라놓을 수 없다는 듯 보였습니다.

상사화
[Red Spider Lily]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스님을 사모하던 한 처녀가 있었습니다.
처녀는 스님을 너무나 사모한 나머지 결국 불가로 출가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부모에게 이를 전했지만 부모는 처녀의 말에 노발대발하며 딸을 억지로
다른 고을의 남자와 혼인시키고 말았습니다.
이루지 못하는 사랑과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살게 된 답답함에
홀로 애를 태우다 시름시름 죽어간 여인의 넋은 곧 상사화가 되어
스님이 사는 절 입구 앞에서 흐드러지게 만개했습니다.
죽어서나마 자신이 사모했던 스님을 보려는 것처럼요.

로렌조와 이사벨라
[Lorenzo and Isabella]
로렌조는 이사벨라 집의 하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로렌조와 이사벨라는 남몰래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가난뱅이와
동생을 결혼시키기 싫었던 이사벨라의 오빠들은 그를 없애버리기로 했습니다.
이사벨라의 오빠들은 로렌조를 불러내어 살해한 뒤 몰래 땅에 묻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하염없이 로렌조를 기다리던 이사벨라의 꿈속에 어느 날,
로렌조가 나와 자신은 살해당했고 자신의 시신을 찾아달라고 말했습니다.
꿈에서 깬 이사벨라는 꿈속에서 들었던 곳으로 가 로렌조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이사벨라는 로렌조의 시신을 옮기고 싶었지만
혼자서는 옮길 수 없어, 고심 끝에 머리만 잘라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리곤 항아리에 로렌조의 머리를 넣고, 흙을 넣은 뒤 바질 씨앗을 뿌렸습니다.
매일 울며 항아리에만 매달려있는 이사벨라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들이 항아리를
들여보았지만 딱히 별다른 게 없자 그냥 항아리를 높이 들어 깨버렸습니다.
산산조각 난 항아리 안에서 로렌조의 머리가 나오자 오빠들은 깜짝 놀라
로렌조의 머리를 불태워버린 뒤 도망쳐 버렸습니다.
항아리가 없어진 걸 알게 된 이사벨라는
그리움에 사무쳐 죽고 말았습니다.


성냥팔이 소녀
[The Little Match-Seller]
추운 한겨울, 굶주린채 눈 위를 맨발로
걸어다니며 성냥을 파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성냥을 한 갑도 팔지 못한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건물 벽에 기대어 손발을 호호 불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추워
성냥이라도 태워서 몸을 녹이고자 했습니다.
첫번째 성냥에 불을 붙이자 불빛 속에서 큰 난로가 보였습니다.
하지만 성냥불은 금새 꺼져버렸고 소녀는 두번째 성냥을 태웠습니다.
이번에는 맛있고 푸짐한 음식이 한껏 차려진 식탁이 불빛 속에 보였습니다.
성냥불이 꺼지자, 소녀는 또 성냥을 태웠습니다. 세번째 성냥에는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의
불빛과 그리운 할머니가 보였습니다. 그러나 성냥불이 흔들리며 할머니의 모습은
점점 사라져갔습니다. 소녀는 사랑하는 할머니를 또다시 떠나보낼 수 없어서
남은 성냥을 한번에 다 태워버렸습니다. 그러자 주변이 환해지며 소녀는
할머니의 품에 꼭 안긴채 함께 하늘로 날아갔습니다.
추운 밤이 지나고 날이 밝자,
사람들은 미소를 지닌 채 죽어있는 소녀를 보았습니다.